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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 blog | 기술 블로그
[대딸깍의 시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대딸깍의 시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요?

과거의 열정과 소프트웨어의 본질

저는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드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 흥미는 대학 시절 코드로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현해 내는 성취감으로 이어졌죠. 당시 운 좋게 창업 교육을 들으며 기업가 정신을 접하기도 했지만, 정작 저를 움직인 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3D 프린터와 레이저 각인기로, 혹은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밤낮없이 사업에 뛰어들던 열정 가득한 친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열기에 전염되어 ‘사업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고 다짐했던 그 순간의 경험이, 현업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제가 개발자로서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무너진 성공 방정식과 ‘대딸깍’의 시대

최근 IT 업계에서 프롬프트를 공유해야 하는가(리멤버 게시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팀장이 AI를 잘 다루는 신입 사원에게 프롬프트 공유를 요청했지만, 신입은 “퇴근 후와 주말에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발전시킨 노하우”라며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기에 기업과 개인 모두가 스스로의 방향성을 심도 있게 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과거 컴퓨터 공학도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자료구조, 운영체제 등 CS 지식을 탄탄히 쌓고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에 입사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견고했던 성공 방정식이 깨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2026년, 이른바 ‘대딸깍(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시대에 접어들며 도대체 누가 진짜 실력자인지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연 CS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2026년의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가장 부합할까요? 아니, 애초에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정의 자체가 지금도 유효한 걸까요?

트렌드 팔로잉의 한계를 넘어

저는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AI 산업 전체를 관찰하는 ‘투자자’의 시선으로도 이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을 추적하다 보면, 지금 이 시장의 진짜 병목(Bottleneck)이 어디에 있는지 보입니다. GPU 공급 부족,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냉각 문제 등 하드웨어 제약이 주가를 흔들 때마다, 저는 “아, 지금은 이 부분이 산업의 핵심 과제구나”를 체감합니다.

이런 거시적 관점은 제가 어떤 기술을 깊이 공부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당장 제가 그 거대한 인프라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순 없겠지만, 현업에서 이 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하고 우리는 또 어떤 부분을 학습하며 진화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 CS50 강의에서 교수가 “AI가 코딩을 다 하는데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학생의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교수는 개발자가 AI에 끌려다니는 **승객(Passenger)**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설계자(Architect)**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딩 기술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라는 메시지였죠.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었지만, 현실의 변화 속도는 교수님의 통찰보다도 훨씬 빠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적인 개발자란 결국 ‘다양한 문제 상황을 소프트웨어로 어떻게 해결하고, 비즈니스적 성공을 이끌어냈는가’가 중요한 지표였습니다. 이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과정과 도구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이 너무나 모호해졌습니다. 교수님이 강조한 이진법, 알고리즘, 데이터 표현 같은 컴퓨터 과학의 기본기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결국 저는 누구나 노력하면 금방 얻을 수 있는 얕은 지식이 아닌,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깊이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흉내 낼 수 없는 본질을 찾아서

제가 선택한 길은 단순한 트렌드 팔로잉이 아닙니다. 애플리케이션 레벨의 지식이나 사용법은 1년이면 누구나 큰 노력 없이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뻔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프롬프트 몇 줄로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더 깊은 곳의 지식, 즉 아키텍처 설계의 ‘본질’을 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남의 프롬프트를 공유받네 마네 하며 갑론을박하는 시대 자체가 저는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는 ‘토큰(Token) 사용량’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하는 높은 평가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한정된 토큰 자원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느냐가 핵심 평가 요소로 뒤바뀌었죠. AI 시대가 아무리 고도로 발전해도, 결국 물리적인 병목 현상으로 인해 기술이 정체되고 안정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남들보다 뛰어난 저만의 가치를 어필하려면 경제, 사회, 비즈니스 감각 등 저의 모든 정체성을 결합한 다방면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가

저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지금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먼저,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제 아이디어를 더 넓은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늦기 전에 조금 더 넓은 분야를 경험하기 위해 3D 프린팅을 배우고 있습니다. Autodesk Fusion 360을 이용한 모델링을 익히며 소프트웨어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는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본질을 찾기 위해 대학 시절 학습했던 내용을 다시 꺼내 복습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들을, 이제는 AI와 함께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트레이드오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심도 깊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AI가 답을 주더라도, 그 답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학습 로드맵

이후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이라는 핑계로 놓쳤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계획입니다.

1. 시스템 디자인 (아키텍처 본질의 핵심)
프롬프트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 능력. 분산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아키텍처, 확장성 전략 등 진짜 ‘설계자’가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2. 프로덕트/비즈니스 (설득과 임팩트의 언어)
기술을 비즈니스 성과로 전환하는 능력. 프로덕트 지표 분석, A/B 테스팅,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3. 하드웨어/IoT (3D 프린팅 및 IOT와 시너지, 차별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하드웨어까지 이해하면 남들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센서, IoT 프로토콜 등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경험을 쌓을 것입니다.(물론 AI를 접목하여 다양한 고민할 겁니다.)

4. 도메인 지식 (특정 산업의 전문가)
이커머스, 핀테크 등 제가 경험한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히 코드를 짜는 개발자가 아닌 해당 산업의 문제를 진짜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새로운 시대, 우리의 이력서에는 무엇이 적힐까요

앞으로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설득의 힘’**과 **‘가성비 있는 임팩트’**입니다. 내가 구상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기술 지식이 없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매끄럽게 설명하고 영업(Sales)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속한 산업군에 얼마나 비용 효율적으로 큰 파급력을 주는지가 우리가 증명해야 할 진짜 역할입니다. 예전처럼 주어진 목표에 맞춰 코딩만 하는 것은 AI가 알아서 해주는 세상이니까요.

앞으로의 훌륭한 개발자 이력서에는 이런 문장이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적은 토큰으로 본인만의 아키텍처를 설계하여,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주었습니까?”

이 본질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 모두 끊임없이 고민하고 진화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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